2014 Put Together

put together

▪ 전시장소 : 갤러리 도올 (Gallery Doll)

110-220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87 (팔판동 27-6)

▪ 전시기간 : 2014. 11. 5(wed)- 2014. 11. 23(sun)

mon-sat : 10:30 am-6:30 pm / sun : 11:30 am-6:30 pm

▪ opening Reception : 2014. 11. 5 wed. 5:00 pm

▪ 후원 : 서울문화재단, 서울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시소개>

● 철학은 우리가 매일 겪게 되는 일상적 현실을 인과 관계로 놓고 확인하려 들지만 원인과 결과로 구분되지 않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무엇이 왜 존재하는가’로 시작되는 물음들은 가시화 되기 이전의 상태를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으로 욕망하며 과학이 이를 증명해 왔지만 매 순간 현실의 삶에서 변화하는 기억과 이에 따른 감정들은 이러한 실재 여부와는 다른 양상을 갖는다. 인식의 구조라 할 수 있는 기억과 감정을 매 순간 안고 현재에 있는 한 현상들은 인식의 구조와 계속 비교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대로 각자 현실의 삶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주변 대부분의 상황을 인과 안에서 이해 하려는 성향을 지닌다. ● 김미로 작가의 put together 시리즈는 이런 현실의 삶에서 겪어내는 감정적 괴리와 모호함을 기억과 함께 확인하는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과 식물 형상 안에 투영 시키며 이를 판화로서 완성한다. ● 에칭과 동판화로 이루어지는 조형적 요소들은 형상을 나누고 재조합 하는 과정으로 찍어내기를 반복하며 겹침의 효과를 얻는다. 얇은 한지를 통해 얻어지는 형상들은 우리가 매일 익숙히 보아온 모습들로 비교적 보편적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을 작가의 시각으로 재구성 하고 해석하며 찍어내는 방식으로 ● 하나의 은유로 정의 내리지 않는 감성은 보편성과 함께 주관적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동물과 식물의 형상을 관찰하고 한정된 공간인 캔버스로 끌어 들이면서 포즈나 무늬 배경에 관심을 갖고 부분적으로 확대 시키거나 섞는 행위로 판화로서 표현해 왔다. 작가의 주변 상황에서 오는 경험이 정서가 되고 자신을 대상화 시키면서 표상이 되는 것이다. ● 이번 State Proof 시리즈 판화에서 작가는 색감을 자제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연속적으로 변화하는 동물의 형상이란 무늬가 사라지거나 그 무늬가 배경으로 처리 되기도 하는데 컬러가 사라지고 동일한 조건에서 찍어내기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결과의 이분법이 아닌 과정으로 드러나는 행위의 대해 시각적으로 풀어보고자 한다. ● 또 다른 시리즈 between the pages는 식물도감을 나열한 것으로 각각의 이미지를 오려내고 다른 페이지에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페이지가 넘어가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정보 전달을 위해 객관적으로 구분 지어진 보편 타당한 근거를 갖는 표상이 작가의 시각을 거치면서 또 다른 기호화로 갖는 성질은 생각을 동일화 함과 동시에 이질화 되는 사고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 작가가 사물의 형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일정하지 않고 폭넓은 것으로 매일 일상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미묘한 감정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형성으로 표현한다. 미시적인 것을 확대해 보거나 동물의 무늬를 해체 재구축해 형상과 배경간의 관계를 확인해 보는 행위로 객관적인 성질에 의문을 갖고 나름의 시각으로 해석하며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무엇이다 라는 정의 없이 자신의 심리성이 들어간 일련의 상황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력을 자극 하고 소통 시키고 있는 것이다. (신희원, 갤러리 도올 큐레이터)

<작가노트>

언제부터일까, 일관성이 있고 연속성이 있도록 계획되었던 나의 삶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집중에 방해를 받기도 하고, 여유가 없이 잘게 잘게 시간은 쪼개진다. 잘 다듬어 왔던 인간관계나 그 동안 힘들게 쌓아온 노력이 한 순간 무너지기도 한다. 이렇게 부서진 조각들은 완벽하게 복원할 수 있을까. 시작으로 돌아가서 깨끗하게 다시 회복하기에는 그 조각이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작업에서 나는 엉킨 실타래처럼, 혹은 깨진 조각들처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현재의 생활패턴을 인정하고, 부서진 계획이나 관계의 균열들, 그리고 생각의 차이 또는 마음의 상처들을 다시 나의 삶의 일부로 한데 모으는 것에 관심의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러나,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분리된 생활 체계와 심리 상태를 흔적 없이 새로 깨끗하게 이어 붙이거나 새 것으로 바꾸는 방법이 아니라, 도무지 연속되지 않는 생활과 타인의 시선들을 삶의 속성으로 당연히 받아들임으로써 스스로를 치유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의 제목을 “Put Together”로 설정하였는데, 이는 “만들다”, “합치다”, ”조립하다” 등의 정의를 가진 단어이다. 애초에 해체되거나 분리된 혼란의 상태를 내포하는 이 단순한 의미의 단어를 통해 현재 나와 나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포괄적인 태도를 작업에 담아보고자 한다.

조각난 시간 , 130.3x130.3cm , silkscreen, collage, 2014

쉴 틈 없이 바쁘고 정신 없는 생활을 이어가다 보면 여유를 갖고 주변을 둘러보거나 멋진 생각을 깊고 끊임없이 이어나가기 어려울 때가 많다. 다음에 계속해서 생각을 해야지, 또는 나를 둘러싼 이 훌륭한 배경을 기억에 담아둬야지... 하고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다양한 도구를 가지고 기억의 영역으로 연장시켜 보고자 하지만. 그 생생한 감각만큼은 연장되지 않는다. 숨막힐듯한 일상에서 쉼표처럼 주어지는 짧은 찰나의 순간들은 이것들은 대부분 특별한 경험이나 이벤트에서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를 둘러싼 환경과 나 사이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짧은 심리적 경험들을 단순화된 풀밭과 여우의 형상으로 나타내고 그것들을 판화로 찍어 반복하고 정방형의 캔버스에 오려 붙여 표현하고자 하였다.

State Proof : City Life, 각 40x30cm, 24개의 etching, drypoint, 2014

“State proof”란 판화에서 완성된 판화의 에디션을 내기 위해 판을 만드는 과정에서, 판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하여 시험적으로 찍어보는 인쇄를 말한다. “State Proof: City Life”는 24개의 일련의 동판작업으로서, 판화 과정의 시험 인쇄, 즉 “state proof”의 방법을 차용하였다. 즉, 완성된 판화와 동일하게 판을 부식하면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중간 중간 생겨나는 과정을 취하여, 결과와 과정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오히려 과정의 중요함과 다양성에 대해 집중해보고자 하였다. 현대 도시의 삶에서 인간과 시공간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동물들 중 흔히 볼 수 있는 길 고양이와 비둘기를 주제로 한다. 도시 동물의 형상이나 패턴, 배경과 이미지의 관계들을 통해 도시 생활에서 생겨나는 행동의 패턴과 사회적인 간섭 등을 주관적으로 투사하고자 하였다.

Between the Pages

식물도감은 일정한 식물계 안의 모든 식물을 채집하여 그 형상, 생태 따위를 그림으로 그리고 설명을 붙인 책이다. 식물의 아름다움이나 생명력, 상상력 등을 배제한 채 객관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분석 전달하려는 목적을 가진 도식화 자료라는 측면에서 식물도감의 각 페이지는 나에게 매우 아이러니하면서도 매력적인 소재로 느껴졌다. 어쩌면 현대 사회의 언론이나 뉴스들처럼 객관성을 앞으로 내세운 소통의 은유일 수도 있고, 자연적인 현상과 연속적인 삶의 방식들을 인위적으로 규정하는 지식의 표상일수도 있다. 이러한 식물도감의 각 페이지를 에칭으로 옮겼고, 얇은 한지에 찍은 이미지들을 오리고 다른 페이지의 에칭에 덧붙이는 과정을 반복하여 설명적 단위들이 서로 간섭하고 영향을 주어 변화하는 메커니즘으로 보여지도록 하였다. 이로 인해 생겨나는 새로운 이미지는, 객관적이라고 여겨지는 자료들이 개인의 주관적 해석과 만나, 또 다른 의미를 생성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 (김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