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apted Rieces

무심코 지나쳤지만 의미가 있었던 사건들. 상처받거나 망가져서 쓸모 없는 것들. 한 때는 소중했지만, 단 한번 영감을 불러 일으킨 후 허무하게 매력을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있는 것이며,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이 길이 얼마나 길거나 복잡할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보이는 것과 내가 느끼는 것, 내가 생각하는 자신과 남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 욕망과 현실의 한계에는 괴리감이 존재한다.그것들은 마치 무차별적으로 중력이 없는 것처럼, 그렇지만 확실하게 떨어져서 블럭이 쌓이듯 나 자신만의 경험의 덩어리로 구축이 되어있고, 그 덩어리를 만난 이 지점에서 무모하지만 한번만 왔던 길을 되돌아가본다 동화 속의 오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되돌아가는 길을 보장해주리라 믿었던 빵 조각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 길에는 기억이 있고, 그 기억 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그리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고, 꽃도 피어있으며, 땅은 조금 젖어 있으며, 발 밑에는 벌레가 기어간다. 되돌아가는 길에 만나는 것들은 살아있고, 움직이며, 어느 하나도 멈춰있는 것이 없다. 온 감각과 마음이 중첩되어 오로지 길을 가는 것에 집중하게 되었을 때, 공기가 차가워져 있고, 다시금 내가 되돌아왔던 그 지점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너무 어두워 졌다. (2017)